당뇨발
당뇨발
당뇨발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절단한다는 공포감이 큽니다. 하지만 최근 의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가장 눈부시게 진보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당뇨발의 치료입니다. 과거에 없었던 여러 가지 치료 기구나 약제, 드레싱 제제 등이 사용되고 있고, 지금도 새로운 치료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해마다 더 낳은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당뇨발도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고, 일단 발생하면 조기 치료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당뇨병이 있는 환자와 보호자는 평소 발 관리하는 방법을 숙지하여 병을 예방하고, 발에 물집이나 굳은 살 등의 작은 문제가 생겨도 조기에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당뇨병성 족부 궤양의 원인
당뇨병성 족부 궤양은, 한 번 발생하면 평균 치료 기간이 6개월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잘 낫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 위험인자들이 서로 복합적으로 관여하여 궤양을 발생하게 할 뿐만 아니라 치유를 지연시키기 때문입니다.
당뇨병이 오래 지속되면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말초 신경병증과 혈관병증입니다. 말초 신경은 자율 신경, 운동 신경, 감각 신경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율 신경이 손상되면 땀이 안 나서 피부가 건조해지고 각질화되어 쉽게 손상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운동 신경이 손상되면 정상적인 근육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발에 여러 가지 변형이 발생합니다. 발에 변형이 발생하면, 튀어 나온 부분은 더 많이 눌리고 자극되어 손상되기 싶습니다. 감각 신경이 손상되면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통증은 어떤 해로운 자극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몸이 보내는 꼭 필요한 신호입니다. 그런데 통증을 느끼지 못하면 해로운 자극에 계속 노출되고 있어도 이를 피하지 않게 되어 결국 상처가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당뇨병 환자는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궤양이 발생하면 감염이 동반되기 쉽습니다. 여기에 혈관병증까지 있으면 혈액순환이 좋지 않아서 궤양 치유에 필요한 물질들이 상처까지 도달하지 못해서 치료가 더욱 어려워지게 됩니다.
치료
일단 궤양이 발생하면 우선 혈당과 혈압 등 전신 상태를 조절하면서, 궤양 자체에 대한 치료뿐만 아니라 혈액 순환 개선, 감염 조절, 하중 경감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1) 궤양의 드레싱 방법
당뇨병성 족부 궤양은 긴 치유 기간 동안 매일 매일 병원에서 치료 받지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환자 및 보호자도 기본적인 드레싱 방법을 숙지하고 시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선 매일 상처를 관찰하고 변화 양상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궤양 주변에 붉은 발적이 있고 열감이 있으면 감염을 시사하며, 여기에 고름이 나오거나 악취를 동반하면 심한 감염 상태이므로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궤양 바닥이나 주변이 검은 색을 띠면 조직이 괴사되는 것입니다.
상처의 소독은 궤양을 씻어내고 오염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으로 식염수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포비돈 요오드 용액을 사용할 경우에는, 세포 독성 때문에 상처 표면에 약품이 남아 있지 않도록 식염수로 깨끗이 닦아내야 합니다.
궤양의 소독 후에는 습윤 드레싱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바람이 잘 통하게 공기에 노출한 상처보다 필름 같은 것으로 덮어서 습윤하게 유지한 상처가 더 빠르게 잘 낫습니다. 그러나 습윤환경을 유지 한다고 해서 무조건 습기가 많은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화분을 키울 때 말라도 안 좋지만 물을 너무 많이 줘도 안 되듯이, 궤양의 치료에 있어서도 너무 건조하지도 않고 너무 습하지도 않은 적절한 습윤상태를 유지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위해 병원에서는 다양한 드레싱 제제들을 가지고 그 때 그 때 궤양의 상태에 맞는 제품을 사용합니다.
최근에는 상처 치유를 촉진시키는 성장인자를 상처 표면에 뿌려줌으로써 치유기간을 단축시키기도 하지만 이러한 제품은 뿌린다고 무조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궤양의 상태를 염증이 없고 혈액 순환이 잘 되는 상태에서만 기대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연부 조직의 결손이 크다면 음압을 이용한 치료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이는 결손 부위를 소독된 스폰지나 거즈로 채운 뒤 밀봉한 후 연결된 관에 음압을 걸어 상처에서 발생하는 진물이나 남아 있는 염증을 제거하여 부종을 감소시키고 압력으로 인한 물리적 자극으로 세포 분화가 촉진되고 신생혈관이 만들어지도록 유도하는 치료방법입니다.
2) 궤양의 치료를 촉진하기 위한 치료
변연절제술: 당뇨병성 족부 궤양은 대부분 만성입니다. 급성 상처와 달리 만성 상처에는 세포증식에 필요한 체내 물질들의 활성이 없거나 매우 감소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만성 상처를 잘 나을 수 있는 급성 상처로 만들어 주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를 변연절제라고 합니다. 궤양의 바닥을 긁어서 표면을 깨끗하게 하고 어느 정도 출혈을 유도하는 소파술이 대표적인 방법으로, 최근에는 초음파나 수압을 이용한 변연절제도 사용됩니다. 그 외에도 모든 괴사 조직을 수술적으로 제거하는 외과적 변연절제, 무균상태에서 배양한 파리의 유충을 이용하는 생물학적 변연절제술 등 다양한 방법이 있으며, 궤양의 상태에 따라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여 사용하게 됩니다.
압력 해소 및 상처 보호 : 국소적인 부위에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압력은 당뇨병성 족부 궤양의 중요한 발생 원인이며, 따라서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궤양은 잘 치유되지 않고, 어렵게 치유되었다 하더라도 쉽게 재발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발바닥에 굳은살이 있는 경우에 이를 제거하지 않고 계속 걷게 되면, 이는 마치 작은 돌맹이를 붙이고 걷는 것과 같아서 굳은 살 밑에서 눌리는 속 살에 궤양을 유발하게 됩니다. 따라서 굳은 살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제거해야 합니다. 같은 개념으로 발의 구조적인 변형이 있어서 궤양이 발생한 경우 이를 수술적으로 교정해주지 않는 한 궤양은 잘 해결되지 않습니다. 변형으로 뼈가 돌출된 부분에 궤양이 발생했다면, 돌출된 부분을 제거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건의 구축에 의해 부분적인 압력이 증가해 있다면 건의 연장 등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특별한 변형이 없는 상태에서는 궤양 부위의 압력을 감소시켜주는 다양한 보조기나 전접촉 석고 붕대(깁스)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혈류 개선 : 궤양이 치유되려면 적절한 산소 공급이 필요합니다. 궤양 바닥에 혈관이 풍부하면 새로 만들어지는 육아조직을 부양하고 미생물 침입에 대하여 면역반응을 활발하게 유지할 수 있는 영양소와 산소를 충분하게 공급할 수 있습니다. 산소가 감소되어 있으면 백혈구 살균능력이 떨어지고, 섬유모세포 증식이 떨어져서 섬유모세포로부터의 교원질 생산이 적어지며, 상피화가 감소됩니다. 산소량이 매우 감소하면 조직 괴사가 발생하게 되고, 수술 후에 봉합한 상처도 낫지 않습니다. 따라서 혈류를 개선시켜서 궤양부위에 산소 공급을 증가시키는 것은 궤양 치료에 중요한 부분입니다. 따라서 심한 감염을 동반한 괴사와 같은 응급 수술을 요하는 상황을 제외한 모든 경우는 혈류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혈류를 개선시키는 시술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정도에 따라 혈관확장제를 투여하거나, 좁아진 혈관을 확장시키거나 혈관을 이식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심장의 관상동맥이 좁아지면 혈관조영술과 풍선확장술로 좁아진 부분을 넓히거나 스텐트를 삽입하는 것과 비슷한 시술을 다리의 혈관에도 많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혈관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궤양이 치유된 후에도 혈관 확장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됩니다.
3) 감염 및 괴사를 동반한 당뇨발의 치료
당뇨병 환자라고 해도 감염의 징후가 없는 경우에는 상처나 궤양이 있다고 해서 항생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경우 드레싱을 잘 하고 압력을 해소해 주는 것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경도의 감염이 동반된 경우에는 국소 창상 관리와 함께 항생제 투여로 대개 호전됩니다. 그러나 농양이 있거나 골수염이 있는 경우에는 배농과 괴사 조직의 제거를 위한 수술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부분적으로 절단을 해야 할 수도 있고 여러 차례에 걸쳐서 수술을 해야 할 수 있습니다. 감염이 심한 상태에서는 순식간에 번지므로 응급수술에 준해서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불가피하게 절단이 필요한 경우는 괴사의 정도와 위치, 혈류 상태, 피부 상태, 환자의 전신 상태와 근력 및 병발 전의 보행 상태, 적극적인 보호자의 유무 등을 모두 고려하여 절단의 위치를 신중하게 결정하게 되며 절단은 치료의 실패가 아니라 치료의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환자 및 보호자에게 잘 설명하고 격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방
당뇨로 인한 궤양은 그 치료보다도 예방이 중요하며, 예방을 통하여 당뇨로 인한 궤양 및 이로 인한 절단을 약 50%에서 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방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들을 숙지하고 습관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당뇨환자는 절대로 맨발로 다니면 안됩니다. 감각이 없기 때문에 발을 보호하기 위해서 조이지 않으면서 두툼한 양말을 신는 것이 좋습니다. 찜질방이나 사우나 같은 곳에서 나도 모르게 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곳의 출입을 삼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발에 침을 맞고 뜸을 뜨는 것도 감염의 위험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삼가해야 합니다. 신발을 신기 전에는 신발을 뒤집어 털어서 신발 안에 이물질이 들어있지 않은 것을 확인해야 합니다. 발에 국소적인 압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샌달이나 조리 같은 신발은 신지 말아야 합니다. 신발을 구입할 때는 넉넉한 너무 조이지 않는 신발이 좋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저녁 때 신발을 구입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매일 발에 새로운 상처나 물집 같은 것이 없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당뇨 합병증으로 본인의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보호자가 해야 합니다. 발이 건조해지고 갈라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발에 전체적으로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주는 것이 좋으나 발가락 사이는 많이 바르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창고나 티눈밴드 같은 것을 붙였다가 상처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므로 이를 피하고, 발톱은 일자로 조금 길게 깍는 것이 좋으나, 본인이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굳은살이나 물집 같은 것이 있으면 직접 손대지 말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